사고 뒤 보험사로부터 과실비율이 몇 대 몇인지 안내를 받았을 때 느낀 절박함과 의문은 제 경험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보험연구원의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는 10년 새 과실비율 분쟁 건수가 무려 5배나 늘었다고 지적합니다.

왜 이렇게 분쟁이 증가했는지,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과 제도 사이의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지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2014년에는 약 3만 건이던 분쟁이 2024년 15만 6,812건으로 폭증했습니다.

그 배경으로 블랙박스 보급으로 인한 사고 정황의 명확화, 보험료 할증 부담으로 인한 양보 없는 싸움, 그리고 운전자의 체감 위험도와 보험사의 기준 간 인식 차이가 꼽힙니다. 국민 인식과 실제 기준의 간극은 설문에서도 확인됩니다.

우회전 차량과 직진 차량이 충돌하는 현행 기준에서 국민은 보행자 신호 우회전 A의 과실을 100%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실제로는 B의 과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또 뒤에서 들이받은 B의 기본 과실은 100%인데도 가해 차량인 B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이처럼 사고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제도적 잣대와 다릅니다. 실제로 사고 경험자의 34.9%는 결과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큰 불만은 순수비교과실제도에서 나옵니다. 가해자의 과실이 99%라도 피해자가 1%의 과실이 있으면 피해자는 가해자 수리비의 1%를 배상해야 하고, 반대로 가해자는 수리비의 90%를 내지 않는 모순이 생깁니다.

설문 응답자의 85.5%는 이 구조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로 보험연구원은 먼저 과실비율 인정기준의 현대화를 제시합니다.

변화된 도로교통법과 최신 판례를 반영해 기준을 재정비해야 하며, 피해자의 과실이 일정 수준 이하일 때만 상대방에게 배상을 청구하는 수정비교과실제도 도입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조사 투명성 강화를 통해 보험사의 보상 프로세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자동차 사고의 과실비율은 단순한 잘못의 비율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 문제와 직결됩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과 모순된 배상 구조가 지속되면 운전자들의 불신은 깊어질 것입니다.

정부와 보험업계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 사고로 지친 피해자들이 억울한 책임까지 떠안지 않게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