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북구 번동과 미아동의 취약가구를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는 고경진씨의 하루를 따라가 보았다. 57세인 그는 분주히 아파트 단지 곳곳을 누비며 “배달 왔습니다”라고 외쳤다. 고씨가 맡은 곳은 독거노인과 은둔가구가 많은 곳으로, 밑반찬을 챙겨주는 ‘기운찬 도시락’과 1인 가구의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돌봄SOS 도시락’이다.

그의 배달지는 아파트, 빌라, 고시원까지 다양하며, 11층과 8층의 문 앞을 마친 뒤에도 여유를 두지 않고 트렁크로 달려간다. 땀으로 젖은 머리칼이 빛나고, 차창 밖으로 흐르는 바람이 그의 피곤을 조금씩 씻어낸다.

도시락 배달은 취약계층의 고독사 위험을 낮추는 사회적 안전망의 하나다. 지역별로는 양천구의 건강음료 배달 확대, 춘천시의 안부 우유배달 같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초생활수급 1인가구도 3월 기준 141만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이 수치에 고립·은둔 1인 가구를 더하면 더 큰 수가 된다. 고씨는 “ 독거노인이나 은둔가구의 문제가 드러나면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해 상황을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배달 일정은 점심시간 전에 거의 마무리해야 하는 압박을 낳는다. 비나 눈이 와도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그는 차가 긁히고 빌라의 좁은 골목을 지나며 현장의 소음을 견뎌낸다.

그의 말에서 배달은 단순한 식사 전달이 아니라, 고독의 신호를 읽고 연결 고리를 만들어 주는 일임이 느껴졌다. 5년 차 배달인으로서 때로는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직접 목격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때의 시름은 그의 하루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오늘은 다행히 도시락이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배달이 끝난 뒤 거두는 한마음의 감사 쪽지들이 그의 의욕을 북돋아 주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같은 짧은 문구가 힘이 되어 그는 다시 길 위로 나아간다.

결국 그날의 마지막 배달을 끝내고, 전날 남겨진 도시락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이웃의 외로운 하루를 바꾸는 힘이 된다....